김륭 (지은이),한성민 (그림) 문학동네 2023-02-28
양장본 40쪽 206*206mm 291g ISBN : 9788954690966
책소개
꿈이 아니라면 그 어느 곳에서 이처럼 눈부신 노래를 들을 수 있겠니?
꿈, 夢, dream, reve, sueno······. 대부분의 언어권에서 ‘꿈’은 잘 때 꾸는 꿈¹과 실현하고 싶은 희망을 의미하는 꿈²을 동시에 뜻하는 동음이의어로 쓰인다. 이는 어쩌면 꿈이 이루는 것이 목적인 목표와는 다른, ‘이루는 상태’보다는 ‘바라는 마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바로 이 회색지대, 꿈¹과 꿈²의 사이에서 시작된다. 마치 ‘나’의 꿈속으로 따라가는 듯한 이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꿈에서 깨며 시작된다. 비몽사몽간 ‘나’를 다시 새로운 꿈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기 펭귄이다. 펭귄의 몸짓은 우리가 꾸는 “꿈의 첫 걸음걸이”와 닮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은 현실과 균형이 안 맞아 뒤뚱거리고, 자주 넘어지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겁 없이 돌진한다. 이 순진무구한 생명력이야말로 꿈의 원천이다.
특히 김륭 시인의 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 「눈사람」(『엄마의 법칙』, 2014, 문학동네)에서 시작해 최근작 「눈사람과 펭귄」(『내 마음을 구경함』, 2022, 문학동네)까지, 눈사람과 펭귄은 시인이 사랑을 빗대며 오래도록 천착해 온 이미지다. 책 속에서 하나둘 펭귄 무리를 모으는 ‘나’의 콧노래 “발은 없는데 발자국을 가졌지요.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요.” 역시 시인의 시 「눈사람은 어디로 갔을까」(『엄마의 법칙』, 2014, 문학동네)에서 가져왔다. ‘나’는 발이 없어도 어디든 가는, 손이 없어도 누군가를 안아 줄 수 있는 눈사람의 꿈을 꾸기에 ‘뒤뚱거리며 앞서가는’ 펭귄의 뒤를 쫓아 꿈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다.
그러니까 빨리 와, 너희들과 함께 가 보고 싶어
‘나’는 이 풍경을 혼자 목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직 이 꿈을 보지 못한 ‘너희들’을 이 꿈으로 초대한다. 가난도 아픔도 현실의 어떤 조건도 무력화되는, 무엇이든 가능한 꿈의 세계로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그저 뒤뚱뒤뚱 서툰 춤사위만으로도 아주 먼 우주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 각자의 꿈의 노래는 화음을 만들고,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되어 온 우주로 퍼져나간다. 이처럼 지금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꾸고 있을 꿈에 힘을 실어 주는 『펭귄 오케스트라』는 먼저 경험해 꿈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의 간절한 응원이다.
한성민 작가는 『펭귄 오케스트라』 글 원고를 이리저리 재조립하며 오랜 시간 동안 그림에 공을 들였다. 형태를 단순화함으로써 오히려 각각의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꿈의 세계’의 폭을 넓혔고, 검정과 알록달록한 색의 대비로 리듬을 만들어 낸다. 함박눈이 내려오다 일시 정지한 듯한 장면과 무중력의 우주는 꿈의 춤사위와 맞물려 이야기에 템포를 부여한다. 눈부신 음악으로 각자의 마음속에 작게 품고 있는 꿈을 깨워 거대한 내 꿈의 풍광을 마주 보게 하는 이 그림책은, 삶의 동력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인 ‘꿈’에 대한 최대치의 긍정이다.
작가소개
김륭 (지은이)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동시집으로 『내 마음을 구경함』 『앵무새 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엄마의 법칙』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등이 있다. 청소년시집 『사랑이 으르렁』, 시집 『나의 머랭 선생님』 『애인에게 줬다가 뺏은 시』 『원숭이의 원숭이』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등과 동시 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를 썼다.
수상 : 2014년 지리산문학상, 2014년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2007년 신춘문예 당선동화,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김륭(지은이)의 말:
꿈을 꾼다는 것은 두근두근 내가 나를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
손 없이도 가만히 누군가를 안아 주고
발 없이도 누군가에게 갈 수 있는 일
한성민 (그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그림책 『조용한 밤』 『안전 먼저!』 『안녕! 만나서 반가워』 『행복한 초록섬』 『빨간지구만들기 초록지구만들기』를 지었고, ‘만만한 수학’ 시리즈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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