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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미래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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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세 살이 되던 날, 빨간 장화와 우산을 선물받았습니다. 모모는 빨리 장화와 우산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가 오지 않네요. 엄마께선 비오는 날까지 기다리라고 하고... 앗! 드디어 비가 옵니다! 모모는 장화를 신고 우산을 쓰고 거리로 나섭니다. 거리에서 모모는 다 큰 숙녀처럼 똑바로 걷겠다고 생각하지요.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어보기도 합니다. 이제 모모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고, 처음으로 우산을 쓰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걸어갔던 그 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모가 다 큰 숙녀가 되기까지 방패가 되어 주고 바람막이가 되어 준 우산은 부모님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곁에 항상 같이 계시지는 않지만 늘 그 마음만은 같이 있어 주시는 부모님. 비가 오면서 모모는 홀로서기에 나섭니다. 그 빗물에 과거의 추억들과, 걱정거리를 씻어 버리고 부모님의 손에서 혼자 나서 봅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익술할 때까지 연습하는 모모. 이제 더이상 모모는 부모님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모가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를 기억못할지 모르지만 모모의 부모님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자아에 눈을 떠가는 어린아이의 심리를 리듬감 있게 형상화시킨 야시마 타로의 칼데콧 수상작!

칼데콧 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야시마 타로는 『까마귀 소년』으로 우리 나라에 알려져 매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그림책 작가입니다.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인 문학작품으로 정화해 내는 능력이 탁월한 타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어서 쉽게 놓치기 마련인 소박한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타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하면서 깔끔하고 정교합니다. 이야기는 독특하고 강렬한 그림과 결합되면서 독자들에게 묘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며 정서적 충격을 던집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는 밥처럼 타로의 작품에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지는 감동과 울림이 있습니다. 

『우산』은 세 살배기 여자아이의 홀로서기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인 홀로서기에 '우산'이라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소재로 접근하였습니다. 우산을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는 어린아이의 심리를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홀로서기'의 시작을 과장되지 않게 잔잔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생애 처음으로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길을 걷게 된 그 날을 어른이 된 주인공 모모 역시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날을 시작으로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 조금씩조금씩 자신의 내부에 쌓아갔음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산'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로 하여금 혼자 힘으로 세상과 처음 만나게 해준 중요한 상징물이며, 엄마 아빠를 대신한 보호막입니다. 우산은 비가 내려 소란스러운 사람들 틈에서 의젓하게 자신의 길을 똑바로 걸어가게끔 내면의 성숙을 가져다줍니다. 우산은 그 길 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느끼게 합니다. 비가 내리는 거리는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으며,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생전 처음 듣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처럼 들립니다.

『우산』은 지금부터 43년 전에 만들어진 그림책입니다. 세월의 때를 타 약간 빛이 바랜 듯이 느껴지는 『우산』은 판화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졌는데도 유화와 파스텔화의 느낌을 동시에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디테일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비중을 두었으며, 주인공의 심리를 매개하는 주위의 사물들을 주인공보다 더 부각되게 나타내었습니다. 똑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그림의 시각적인 반복과 비슷한 글의 청각적인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최대한 살려내었습니다. 이것은 비를 기다리는 아이의 반복되는 일상을 표현함과 동시에 기다리던 비가 내리는 특별한 날의 반가움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산』을 비롯한 타로의 그림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강렬한 원색과 거친 붓터치가 특징인 그의 작품은 지금에 와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느끼게 할만큼 43년이라는 세월이 무색케 합니다. 일찍이 현대적인 회화 기법을 공부하고 발전시킨 타로의 실험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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