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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약속 [아이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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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기다리는 에이더의 감정을 세밀하게 담은 이 책 『엄마의 약속』에는 극도로 절제된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소녀의 애절한 그리움과 슬픔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불후의 명시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여기에 에이더의 슬픔과 환희를 손에 잡힐 듯 그려 낸 그림이 어우러져 있어 에이더의 가슴 저릿한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리움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따뜻한 그림책으로, 일상 속에 면면히 흐르는 슬픔과 희망을 아름답게 들려줍니다.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없더라도,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글과 그림, 밝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 에이더의 모습이 오래도록 독자의 가슴을 울릴 것입니다. 


우리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나와 할머니를 뒤로 한 채 시카고로 떠났습니다. 엄마는 떠나기 전, 나를 품에 안으며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밖에는 고운 비가 내렸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엄마가 떠난 뒤 한참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선 편지도, 약속한 생활비도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 말대로 엄마에게 편지를 계속 썼습니다. 
눈이 온 날 아침, 까만 새끼 고양이가 우리 집 문을 긁고 있었습니다. 내가 새끼 고양이에게 우유를 나눠 주자, 할머니는 새끼 고양이를 거둘 수 없다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여러 날째 옥수수빵과 요구르트로 때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손만큼이나 따뜻한 고양이를 어루만지니 엄마가 더욱 그리웠습니다. 어떤 날은 설탕 냄새가 나고, 어떤 날은 햇볕 냄새가 나고, 어떤 날은 빨랫비누 냄새가 나는 엄마 냄새도 그리웠습니다. 나는 눈을 깜박였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내 마음을 읽으셨던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어쩜 이렇게 못생겼냐며 한차례 타박을 하시더니 새끼 고양이를 집 안으로 들이셨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체부 아저씨는 여전히 우리 집을 들르지 않고 지나쳐 갔습니다. 울먹이는 나를 다그치는 할머니의 눈에도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철도 차량 청소를 할 거라는 엄마의 말이, 엄마의 얼굴이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밤이 되면 할머니와 나는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여러 전투지에서 군인 아저씨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나는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밖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렸고 전쟁도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눈바람이 그친 다음날 아침, 할머니와 나는 주머니쥐와 토끼를 잡으러 나갔습니다. 한 마리라도 잡으면 고기 스튜를 끓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주머니쥐와 토끼들이 잡히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평탄한 길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갔지요. 언젠가는 나도 크고 넓은 세상을 보러 갈 것입니다. 
나와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와 장작 난로에 불을 지핀 뒤, 젖은 옷을 말리고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습니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으로 걸어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우체부 아저씨는 엄마의 글씨가 분명한 편지를 할머니께 건넸습니다. 편지 봉투를 열자 돈이 떨어졌고, 할머니는 내게 편지 첫 줄을 읽어 주셨습니다. 

“에이더 루스에게 곧 집에 간다고 전해 주세요.”
할머니와 나는 엄마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집 안은 따뜻하고 조용했습니다. 난로 위에서는 스튜가 끓고 있고, 밖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렸습니다. 비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눈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어딘가에서 열차를 청소하고 있겠지요. 엄마는 곧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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