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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 식물과 책에 기대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마음을 어루만지다 [헤르츠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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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님 (지은이) 헤르츠나인 2021-12-05
304쪽 128*188mm (B6) 304g ISBN : 9791186963494



책소개

별것 아닌 일에도 불행하다 여겼던 외로운 시간들.
겨우 존재하는 나를 닮은 쓸쓸한 것들에 마음을 주다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했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을 너라고 부르자 나라는 존재가 더욱 선명해졌다.

혼자.
아이가 다 크고 나니 집안엔 언제나 혼자였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지만 한창 육아와 살림에 매달리다 보면 그 사실을 잊게 된다.
그러다 문득 시간의 터널을 빠져 나오면 사무치도록 시린 외로움이 다가온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 온 것인가. 나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세상에 나의 자리는 어디 있을까? 나에게 미래는 있는 걸까?
20년 가까이 그림책과 함께했던 제님 역시 그 무겁고 이상한 감정, 아프고 허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가정경제를 돕기 위해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로 그 감정은 시도때도 없이 마음을 무너뜨렸다.
다행스러운 건 책이 주는 위로를 알고 있었고, 바로 옆에 식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혼자인 시간을 견뎌야 한다면 마음이 도망쳐 가닿을 어딘가가 필요하다.
인생의 의미, 사회적 욕구, 개인의 자존감 등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더욱 그렇다.
내 마음이 가닿을 수 있는 곳. 아무리 하잘것없고 사소하더라도 시든 마음을 한 순간 쉬게 해줄 곳이 필요하다.
제님에게 그곳은 책이었고 식물이었다.
책과 식물은 요란하지 않게 우울함이 스며든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존재였다.
슬프건 아프건 그냥 그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운이 좋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끼리의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그곳에서 쉼을 얻고 치유 받은 마음들이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렀다.
겨우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지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
흔하디흔해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들, 마음을 기울여야 눈에 들어오는 것들,
한번 마음을 주었더니 미세한 파문을 일으키며 가슴에 서정이 깃들게 했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마음을 받아서라기보다 고인 마음이 흘러야 힘을 얻는 나이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을 너라고 부르자 나라는 존재가 더욱 선명해졌다.

어느새 나는 마흔의 터널을 지나 나이 오십에 이르러 삶을 가꾸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마음의 손바닥을 불행에서 행복 쪽으로 뒤집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나이 오십에 삶을 가꾼다는 것은 쓸모없이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도무지 말이 되지 못하는 침묵의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일이다.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포개는 일이다.
깊고 따뜻하고 가능한 한 작은 이야기를 기어이 글로 남기는 일이며,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일이다.
엄마의 말수가 적어지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 때면
고3 딸은 무슨 일 있냐고 묻지 않는다.
뜬금없이 다가와 그저 두 팔로 안아주곤 사라진다. 평소보다 자주.
딸이 엄마를 위로하는 방식이다. 썩 마음에 든다.
풀꽃다발과 그저 두 팔로 안아주기.
최소의 방법으로도 누군가의 마음을 구해낼 수 있는 것이다. 위로란 그런 것이다.
마음을 내 쪽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두어야 가능한 다정하고도 깊은 것이다.

1부 반백년의 고독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지금”

마음의 손바닥을 행복 쪽으로 뒤집어 뒤늦게 알아차린 인생의 뒤뜰을 걷고 있다. 뒤뜰 안에는 온통 쓸모없는 작은 것들이 수런거리고 있다. 아늑한 그곳을 걷다 나오면 나는 다정한 얼굴빛으로 물들어 있곤 한다. 유일한 지금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비밀을 알아버렸다.

2부 식물의 위안 “초록에 물드는 우연한 마음”

재능이라곤 없는 나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자연에 대해 놀라워할 줄 아는 예민한 감각을 가졌다는 것.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기적 같은 선물이 가끔 찾아온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만나는 함박꽃나무처럼. 그것이 특별한 재능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는 조금 더 많이 행복해졌다.

3부 비정규의 시간 “뜨겁고 고요한 어떤 것의 중력”

마흔이 넘어 겨우 찾아낸 내가 좋아하는 일, 읽고 쓰는 삶을 지켜내기 위해 사이사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생애 최초의 살인적인 육체노동 속에서 투명 인간으로 살아본 그 시간은 삶을 옥죄는 헛것을 지우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 겸손이란 단어를 소중히 기르게 해 주었다.

4부 독서의 여백 “아무도 모르는 오후의 문장”

여러 겹의 포장을 걷어낸 담백한 오십이 되어 읽는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한다. 시인 놀이를 하고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문장의 사치를 마음껏 즐기다 보면 책을 살게 되지 않을까. 그리하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기대를 품은 읽는 삶 말이다.

5부 인연의 무게 “외로움이 나란한 우리의 시간”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며 외로움을 공기처럼 먹고살지만, 사실은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외롭거나 슬픔을 감춘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는 재주가 있고, 그런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소리 없이 아궁이처럼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으로 곁에 나란히 앉아 있고 싶다.

그러니까 이 찔레꽃은 친정아버지의 잔잔한 정이 가득한 마음 씀씀이로 우리 집에 오게 된 거다.
새소리만이 가득한 산기슭에서 도시의 열악한 베란다로.
그날부터 나는 베란다에서 찔레꽃 한 송이 피우는 행복을 꿈꾸었다. 한 송이만으로도 베란다에 찔레꽃 향기 가득하겠지.
그런데 십 년이 넘어가지만 아직까지 꽃 한 송이 보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죽지 않고 잘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 여전히 나는 찔레꽃 한 송이 피우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무성한 초록 이파리들 사이에 하얀 찔레꽃 한 송이를 상상으로 즐기는 것도 꽤 괜찮다.
- <비켜나 있음의 쓸모> 중에서


저자소개

제님 (지은이) 

한적한 오솔길이나 과꽃 피어 있는 주택가 골목을 사부작사부작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소하고 겨우 존재하는 것에 마음이 가고 그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저절로 피고 지는 모든 풀꽃과 나무들, 햇살과 바람과 가을 풀벌레 소리를 좋아하고,
말라비틀어진 들꽃대와 가을 열매들, 그리고 그림책과 도서관을 사랑합니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고 이화여대에서 불어교육과 영어교육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책 모임과 강의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책과 식물에 기대어 지금을 살고 있습니다.

『그림책이 좋아서』(2013), 『포근하게 그림책처럼』(2016), 『그림책 탱고』(2017), 『그림책의 책』(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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