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분명한 베스트셀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소재와 플롯, 구성, 절묘한 시늉말들의 운율이 유아들의 눈높이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책입니다. 보여줄 것만 큼직큼직 뚜렷하게 보여주는 주관적 시점의 그림 또한 아이들이 대상을 보는 방법과 똑같습니다.

작고 어눌한 두더지, 제 머리에 똥을 싼 어떤 녀석의 무례함에 흥분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소리를 치고, 아무든지 만나기만 하면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다그치다가도, 그 ‘아무’가 자신의 소행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로 누어 보이는 갖가지 신기한 똥들을 보면 놀라움과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매력 있는 주인공은 유아들로 하여금 기꺼이 자기 자신을 몽땅 그 안에 투영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게다가 하잘것없는 파리의 도움으로 범인을 찾아내고, 자기보다 몇 십 배나 몸집이 큰 범인의 머리에 곶감 씨 만한 똥을 누어 떨어뜨리는 것으로 앙갚음을 하는, 통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마무리는 얼마나 즐거운지요.

철퍼덕! 철썩! 쿠당탕탕! 타타타타! 오도당 동당! 쫘르륵! 뿌지직! ……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어지는 감칠맛 나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리듬 잔치는 또한 유아들의 귀를 사로잡으면서 말의 맛과 재미를 흠뻑 느끼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