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열면 삼나무 숲이 두 장 가득 보인다. 옅은 자주빛과 흰색의 2색 판화로 된 이 그림은 곧 있을 엄마 곰과 아기 곰의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보여주려는 듯 깊고 울울하다.


북쪽 나라 가을 산에 울긋불긋 물이 들고,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어오자 엄마곰과 아기곰은 겨울잠 준비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잘 익은 머루를 실컷 먹고 아기곰으로서는 생전 처음 연어를 잡으러 간다.


초승달이 온 산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저녁 숲속 강가에서 엄마 곰과 아기 곰은 웅크리고 앉아 강물을 쳐다본다. "올까요? 정말 올까요?"


무엇이 온다는 말일까? 그래 연어였다. 회귀하러 오는 연어들. 과연 넘실대는 강에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고기떼가 줄지어 몰려들기 시작했고, 엄마 곰은 능숙하게 연어를 잡았다. 아기곰이 가까이 다가자 '자기 힘으로 잡으라'고 엄마 곰이 이야기한다.


강밖을 서성이다가 용기를 내어 뛰어든 강속 연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였고, 아기 곰은 드디어 자기 힘으로 연어를 잡는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랑스러움! 이윽고 엄마 곰과 함께 바라보는 저녁 강은 너무나 아름답다. 달빛이 정말 커다란 물고기의 모습으로 아기 곰의 눈앞에서 힘차게 헤엄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기 곰의 꿈속에까지 나타난 밤하늘의 물고기 모습은 이제 밤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힘차게 밤하늘을 헤엄쳐 간다.


분명히 가을의 쓸쓸함, 밤하늘의 어두움을 배경으로 하는데도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목판화는 힘차면서도 맑고 아름답다. 특히 밤하늘을 헤엄쳐 가는 금빛 물고기의 그림은 오래오래 시선을 붙잡는다.